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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는 몸이 어떻게 변할까?

by barimi 2025. 4. 24.

우주는 인간에게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오늘은 우주에서는 몸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주에서는 몸이 어떻게 변할까?
우주에서는 몸이 어떻게 변할까?

 


지구 밖으로 나가는 것, 즉 우주에 발을 디딘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입니다.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다니며 지구를 내려다보고, 밤과 낮이 자주 바뀌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며, 끝없는 별들의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런 장면들은 SF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혹은 상상하지 못한 수많은 생리적 변화와 신체적 고통이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수천만 년 동안 지구의 중력과 환경 속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지구를 벗어난다는 것은 곧 자연의 질서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우주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앉고, 서고, 걷는’ 동작조차 무의미해집니다. 혈액은 더 이상 아래로 흐르지 않으며, 척추는 압박에서 해방되고, 뼈와 근육은 사용되지 않으며 약해집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인간의 몸은 어떻게 반응하고, 얼마나 변하게 되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실제 우주비행사들이 경험한 생리학적 변화를 통해 ‘우주에서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키가 커지는 이유: 중력 없는 세계의 척추


많은 사람들이 “우주에 가면 키가 커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신화가 아닙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에 도착한 후 23일 내에 키가 25cm 정도 자란다고 보고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그 이유는 우리의 척추가 중력에 의해 항상 누르고 있는 압력을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척추뼈 사이에는 말랑한 디스크(추간판)가 있고, 지구에서는 이 디스크가 중력에 눌려 다소 납작한 형태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중력이 거의 없으므로, 이 디스크가 부풀어 오르며 척추 전체가 길어집니다. 그 결과 사람의 키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하지만 이 현상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척추가 늘어나면서 주변 근육과 인대가 당겨지기 때문에 요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주비행사들 중 일부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중력이 돌아온 후 다시 척추가 눌리면서 적응 과정에서 근육 피로를 겪기도 합니다.

또한 키가 커지면서 우주선 내에서 이동 시 머리를 부딪히는 일이 잦아지기도 하고, 스페이스슈트의 크기가 맞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생깁니다. NASA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의 운동 프로그램과 스트레칭 루틴을 체계화하여 적용하고 있습니다.

근육과 뼈의 쇠약: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


우리가 땅을 딛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끊임없이 중력과 싸우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서 있는 것만으로도 척추와 다리 근육은 계속해서 중력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력이 사라지면? 우리의 몸은 ‘굳이 힘을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근육을 줄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하지(다리) 근육, 둔부, 척추 근육이 빠르게 약화됩니다. 평균적으로 우주비행사들은 무중력 환경에서 하루에 1~2%의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으며, 몇 달만 머물러도 20% 이상 감소합니다. 이로 인해 체력은 물론, 기본적인 활동 능력 자체가 떨어지게 됩니다.

골밀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에서 우리의 뼈는 체중을 지탱하며 끊임없이 미세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런 자극은 뼈 세포에게 “지금처럼 튼튼하게 있어야 해!”라고 신호를 주지만, 우주에서는 이런 자극이 없으므로 칼슘이 뼈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현상은 골다공증과 유사한 상태를 초래하며, 장기적으로는 골절 위험까지 증가시킵니다.

NASA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에게 하루 최소 2시간 이상의 운동을 시키고 있으며, 이때 사용하는 운동기구는 모두 무중력에 맞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러닝머신도 허리와 어깨에 고정 밴드를 장착한 채 달려야 하고, 웨이트 머신도 공압(압축공기)이나 저항 밴드를 활용합니다. 우주에서의 운동은 단지 건강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임무’인 셈이죠.

혈액과 체액의 이동, 시력 저하와 ‘문어 얼굴’ 현상


우주에 올라간 우주비행사들의 사진을 보면 대부분 얼굴이 약간 부어오른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코가 막힌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눈이 약간 튀어나와 보이는 경우도 있죠. 이건 단지 사진 각도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는 생리적 변화입니다.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혈액과 체액이 몸 아래쪽—특히 다리 쪽으로 쏠려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이런 중력이 없기 때문에 체액이 위쪽, 즉 머리로 올라가게 됩니다. 그 결과, 얼굴이 붓고, 코가 막힌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며, 일부는 ‘문어처럼 얼굴이 둥글고 부어오른다’고 표현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체액 이동은 눈 뒤쪽 시신경에도 압력을 가하게 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NASA는 이를 ‘우주 유발 시신경 증후군(SANS)’이라고 부르며, 현재까지도 그 정확한 메커니즘을 연구 중입니다. 일부 비행사들은 지구로 복귀한 후에도 시력 회복에 시간이 걸리거나,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심장도 영향을 받습니다. 심장은 중력에 저항하며 혈액을 펌프질하는 기관인데,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심장의 부담이 줄어들어 점차 작아지고, 수축력이 감소하게 됩니다. 지구로 복귀했을 때 갑자기 중력에 노출되면 심장이 이전처럼 작동하지 않아 혈압 조절에 문제가 생기고, 어지럼증이나 실신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간은 우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주는 우리의 몸에 무수한 도전을 안깁니다. 키가 커지는 건 흥미롭지만 통증을 유발하고, 근육과 뼈는 빠르게 약화되며, 눈과 심장은 점점 제 기능을 잃어갑니다. 지구라는 환경에 최적화된 몸이 낯선 공간에서 얼마나 연약한지를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우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화성 유인 탐사, 달 기지 건설, 장기 우주여행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주에서의 신체 변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대처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NASA, ESA, JAXA, SpaceX 등 전 세계의 우주기관과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생체모방 기술, 인공중력 연구, 새로운 운동 시스템 개발, 유전자 맞춤 영양 공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우주에서의 생리학은 단지 우주비행사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우주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관문입니다. 우리가 우주에 진출하는 날,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리고 과연 우리는 ‘지구 없는 삶’에 적응할 수 있을까요?

그 물음의 답은,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우주정거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의 땀과 연구 안에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